Soho Park박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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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ISM & PREFACES

이중 눈동자

《이중 눈동자》 · 오픈스쿨

1. 투명한 유리

우주는 우리가 체험하고 경험한 것 이상으로 드넓은 어둠이 깔려있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그 어둠을 가늠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 광활한 무채색의 공간에 빛이 존재한다. 빛은 순식간에 많은 것들을 움직이게 한다. 생명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기거하는 땅과 생태, 환경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 빛과 매우 가깝게 공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눈에 맺히는 이미지는 이 빛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미지는 안구와 빛이 만나면서 구현되는 일종의 현상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새로운 빛을 만들어냈다. 스스로 빛을 발산할 수 있는 화면, 0과 1이라는 두 가지 숫자를 통해 복잡한 계산을 가능하게 하고 물리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었던 이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가상이라 부른다. 이 가상 세계를 손에 얻는 과정에서 투명한 광물, 유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정밀하게 깎아내어 화각을 조절하고 시공간의 한계로 닿을 수 없었던 저 너머의 모습을 바로 앞에 가지고 올 수 있게 되었으며, 너무 작아 손에 잡히지 않았던 미세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눈의 능력이 현저하게떨어지는 누군가를 위해 유리는 평균에 가 닿을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제공해 주었다. 불편함, 한계, 이상, 그 어떤 것이든 이제 우리의 눈동자 앞에는 언제나 투명한 유리가 존재하고 있다.

2 허공 속에서

눈은 수동적이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만들어낸 장면을 그대로 유입할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미지의 세계는 우리의 취향과 모습을 빠르게 파악하여 판단의 틈을 주지 않는다. 이제 알고리즘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편에 서서 인간의 눈이 원하는 것들을 쉽게 파악해 구미에 맞는 이미지를 생산해 낸다. 이 때문에 우리의 망막 앞에는 불투명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되었다. 손가락으로 원하는 것을 취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게 되었다. 만질 수 없게 되었다. 현상 세계에서 부피만을 복제하여 사물과 풍경에 밀도와 두께가 삭제됐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이 감각의 밀도가 사라진 공간에서 자신의 눈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성은 이미지의 타격을 걸러내고 구별할 수 있다. 직관, 혹은 경험으로 쌓인 각자의 논리를 적용하여 거짓과 참을 구분하고 선택할 수 있다. 6인의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이번 전시 이중 눈동자는 수용적이고 수동적인 새로운 부피의 공간에서 닫힌 눈을 열기 위한 몇 가지 시도를 보여 준다. 한껏 차오른 눈물을 쏟아내는 방(이영희), 시간을 여행하고 수집하는 여행자(정재은), 몸과 자연이 밀착되는 시선(김인수)으로써의 공간을그려낸다. 현상과 착시를 만들어내는 눈(박예종)을 드러내고, 쉬이 볼 수 없는 장면을 소환하는 눈(임정균)과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눈(최석영)을 구현한다. 이들은 텅 빈 곳에서 닫힌 시야를 다시 열어내기 위해 각자가 지닌 구분 하고 선택할 수 있는 눈동자로 허공을 휘저어낸다. 이는 만질 수 없고, 디딜 수 없는 무중력의 공간에 서로 끌어당길 힘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이로써 이곳에는 텅 빈 허공이 아닌, 함께 연결되어 말할 수 있는 장소로써의 땅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3 연대하는 눈동자

자연적으로 발생된 우리의 눈, 그리고 익숙하고 보편적으로 유입된 이미지는 이제 새로운 질감과 시야의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오히려 갇혀있거나 머물러 있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지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눈의 등장, 새로운 유리의 등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전환이 되는 지점에 나타나는 세대와 계층의 구분, 그것을 선점하는 자와 지배를 수용하는 집단과의 분리를 야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떨어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흩어진 이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오히려 익명의 이름과 공간 뒤로 쉬이 사라질 수 여지를 만들어내기에 오랜 시간 엮여왔던 연대의 고리에 균열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6인의 작가들은 가상이라 불리는 미디어 공간에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난 장소성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익명의 공간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밀도가 채워진 사건이 만들어졌다. 연대의 광장에 울리는 모두의 메아리가 그랬던 것처럼, 선택할 수 있고 연결될 수 있는 여지를 구현한 것이다. 호기심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질문하며, 거대한 벽을 무너트리고 넘어서서 비로소 서로 다른 좌표에 서 있는 많은 이들의 눈을 교차시킨다. 이것은 단순한 편집, 기술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곳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재편되는 눈을 벗어나, 새롭게 구현되는 디지털 눈동자, 그리고 앞으로 주입되게 될 새로운 시야를 가늠할 수 있는 환대의 문을 열어내는 사건의 장소다. 이곳에서 관객은 함께하는 응시와 몰입을 체험하면서 우리에게 덧씌워진 새로운 눈동자의 가능성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서로의 눈동자가 유일하게 엮이고 교차할 수 있는 가능성의 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