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o Park박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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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ISM & PREFACES

두 개의 시차

《낯설게, 익숙하게, 다시 낯설게》 · 영은미술관

1 밤과 낮

우리는 빛을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생명체의 눈은 자연스럽게 광원을 향하고, 태양이 떠 있는 동안 대부분의 존재가 활기를 띤다. 그러나 도시의 빛은 이 유구한 리듬에 간섭한다. 어둠을 밀어낸 인공 빛은 생체 리듬을 교란하며, 밤을 지우고 쉼의 시간을 연장한다. 김민수의 작업은 이 불균형의 공간,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현실과 환영이 뒤섞인 장소에서 출발한다. 반사체에 비친 사물과 색, 그리고 착시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착시의 사건을 다룬다. 빛이 부딪혀 일으키는 색의 파장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필름이 현상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처럼 실재와 비실재 사이에 놓인 장면들을 살포 겹친다. 사물을 이해하거나 해석하지 않는다. 감각과 감응으로, 즉각적으로 맺히는 순간으로 포착된 잔상을 화폭에 남긴다. 도시의 밤은 쉬지 못하는 생명들을 가두지만, 동시에 빛의 가장자리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감각도 함께 깃드는 것처럼, 작가는 낮과 밤, 현실과 환영 사이의 어긋남 속에서 다시 바라보고 인지하는 질문을던지고 있다.

2 감응

김민수의 작업에서 주목되는 점은 프레임의 형태다. 이미지가 묘사되고 그려지는 화면의 물리적인 굴곡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있다. 일렁이는 파도,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의 지층처럼 일정한 높고 낮은 패턴을 지닌 화면은 평면이라기보다 부조에 더 가깝다. 캔버스의 탄성을 활용하여 만들어지는 기존 회화의 프레임과 달리, 작가의 화면은 굴곡진 바탕 위에 캔버스가 붙여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미지가 묘사되고 투사되는 공력만큼 화면이 만들어지는 밀도 또한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 탄탄하고 일렁이는 부조 위에 작가가 수놓은 빛과 풍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자신의 눈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삼아, 너머에 놓인 세계를 감각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도시와 자연, 낮과 밤, 실재와 허상, 회화와 조각, 감각과 해석 사이에 놓인 이 경계에서 그는 스스로 수집하는 사람이 된다. 잔잔한 물결 위를 걷는 듯 섬세한, 때로는 부드러운 멜로디가 흐르는 음악처럼, 누구에게나 보이는 보편적인 풍경을 다른 모습으로 흐르게 하여 감응하는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감응’은 입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조형 작업에서도 이어진다. 전시장 한편에 놓인 작업 <풍경 수집>은 육면체 구조 위에

나뭇가지가 얽힌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조형물은 계절적 감각, 특히 겨울의 색채가 지닌 추위를 불러온다. 약해진 빛과 낮아진 온도, 결빙되 보인된 사물과 이미지가 나타난다. 침묵 속에 쌓인 시간, 빛과 기운이 사라진 시간과 공간의 오브제처럼 보이지만, 그 틀 속에 감추어진 따듯한 온기와 깊은 잠의 형태가 드러난다. 이곳에는 창백하고 하얗지만, 뜨겁고 두터운 겨울의 감응이 호흡하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치는 이미지는 잔잔한 파도가 되거나 세찬 바람이 되기도 한다. 때때로 들이치는 가을의 냄새였다가 새하얀 겨울의 눈처럼 차디찬 감각들이 발산되고 있다.

3 다른 시차

우리 눈에 비치는 이미지, 사물, 풍경은 모두 다른 상을 맺히게 한다. 위치와 시간, 나이와 시력, 그리고 외부 환경에 따라 다른 이미지, 다른 해석을 만들어낸다. 문화와 세대에 따라 해로운 것과 무해한 것을 나누고, 생산할 수 있는 것과 폐기해야 하는 것들을 분류하기도 한다. 작가 김민수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미지는 이렇게 다른 시선을 인지하여 자신이 마주하는 일인칭의 시야와 화각 위에 우리 모두를 밝히거나 가리고 있는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다. 어쩌면 착시와 착각일지 모르는 각자의 공간 속에 깃든 유일하고 절대적인 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정된 신체의 감각을 일깨우게 한다. 시선을 구성하는 조건들—감각의 한계, 기억의 중첩, 문화적 프레임, 그리고 기술적 매체—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며, 우리가 ‘보는 것’과 ‘보았다고 믿는 것’사이의 틈을 벌려놓는다. 화면에 반사된 이미지, 빛의 잔상, 굴곡진 캔버스는 모두 이 틈을 의식하게 만드는 일종의 장치이다. 우리는 그것을 그림이라 부르지만, 그것은 동시에 조각이고, 사건이며, 감응의 기록이 된다. 김민수의 회화는 이러한 낯선 이질감을 통해 익숙한 시선에 관한 질문을 만들어낸다.

그에게 회화는 더 이상 하나의 평면 위에서 재현을 수행하는 매체가 아니다. 기억과 착시가 교차하는, 하나의 두터운 사건을 만들어내는 출발선이다. 완결과 결말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감응의 프레임이다. 끝나지 않는 감응의 연쇄, 누군가의 시선에서 또 다른 이의 감각으로 옮겨가는 지각의 여정이다. ‘다름’은 결코 분리됨이 아니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시작이 된다. 작가는 그 틈을 파고드는 예민한 시선으로, 우리가 ‘본다’라고 믿는 모든 것의 너머에 있는 빛과 그림자의 진동을 포착해 낸다. 이로써 그의 작업은 단순한 이미지 생산을 넘어서, 감각과 존재의 윤리를 사유하게 하는 반응하고 감응하는 눈을 지닐 수 있게 한다. ‘감응’은 단순한 감정의 여운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가 제안하는 다른 출발선은 낯선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다른 시차를 하나의 공간에서 다시 꿰어보게 만드는 시도이다. 그의 회화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며, 또 다른 감응을 향해 도약하는, 열린 시차 위에 놓인다. 그 시차는 단절이 아닌 교차이며, 감각의 불일치가 만들어내는 틈새에서 포용하는 인식의 가능성을 품는다. 미처 포착하지 못한 리듬, 빛과 그림자의 진동으로 우리의 눈과 장면 사이의 관대한 조응을 만들어낸다.